100번 쓰기 67일차 – 가장 어려운 건 ‘계속’이 아니라 ‘시작’이다
오늘은 100번 쓰기 67일차다.
100번 쓰기를 오래 하다 보면 사람들이 종종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67일이나 했으면 이제는 익숙하지 않을까?”
“이제는 그냥 습관처럼 쉽게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어렵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어렵다.
나는 요즘 이걸 더 분명하게 느낀다.
100번 쓰기 자체가 엄청난 도파민을 주는 일은 아니다.
솔직히 재밌는 일도 아니다.
핸드폰을 켜서 숏츠를 보는 건 너무 쉽고 재밌는데,
앉아서 같은 문장을 100번 쓰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나도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아, 이걸 또 언제 쓰냐…”
“지금은 좀 쉬고 싶은데…”
“나중에 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은 67일차라고 없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온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쓸 수 있는 이유는
특별히 의지가 강해서라기보다는,
처음 시작하는 장치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일단 시작하는 게 낫다
가끔은 쓰기 싫은데 계속 머릿속으로만 고민할 때가 있다.
“해야 하는데…”
“지금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하기 싫지…”
그런데 이 상태가 오히려 더 피곤하다.
실제로 쓰지도 않으면서
해야 한다는 압박만 계속 받고 있으니까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쓰고,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생각으로 괴로워하는 시간보다, 그냥 시작하는 쪽이 낫다고 느꼈다.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을 미루는 것보다
조금 어설퍼도 버튼을 누르고 시작하는 게 낫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은 15분 타이머다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은 단순하다.
타이머를 맞추는 것.
나는 보통 15분 타이머를 쓴다.
탁상용 타이머 같은 걸 사용하는데,
이게 좋은 이유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보이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시간이 눈앞에 보이면
묘하게 긴장하게 된다.
좋은 의미로 조금 쫄린다.
그 느낌이 집중에 도움이 된다.
“15분 안에 어디까지 가볼까?”
“이 시간 안에는 그래도 최대한 해보자.”
이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우리 뇌는 어쨌든
데드라인이 생기면 그 안에 끝내려는 힘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게 벼락치기다.
평소엔 미루다가도 시험 전날 밤이 되면
갑자기 집중력이 올라간다.
물론 늘 좋은 방식은 아니지만,
그만큼 데드라인이 주는 힘은 분명히 있다.
나는 그 원리를
100번 쓰기에도 작게 적용하는 셈이다.
타이머를 누르면 뇌는 집중 모드로 들어간다
재미있는 건
타이머를 누른다고 해서 뇌가 바로 완벽하게 집중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처음 몇 분은 잘 안 써진다.
나는 보통 시작하고 나서
1~2분 정도는 조금 붕 뜬 느낌이 있다.
손은 움직이는데
머리는 아직 덜 따라온 느낌이다.
그리고 대략 3분쯤 지나면
내 뇌가 슬슬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 이제 진짜 이거 쓰는 시간이구나.”
“그래, 이제 집중하자.”
그때부터 훨씬 잘 써진다.
그래서 나는 예열 모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이상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뇌도 자동차처럼 예열이 필요하다
나는 이걸 자동차에 비유해서 생각한다.
자동차가 시동 걸자마자
갑자기 100km, 120km로 바로 달리려고 하면
엔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반대로 시동을 걸고
천천히 출발해서
속도를 서서히 올리면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뇌도 비슷한 것 같다.
처음부터 완벽한 집중을 기대하면
오히려 과부하가 걸린다.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지?”
“나는 왜 시작부터 잘 안 되지?”
“오늘은 망한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붙이기 시작하면
예열 중인 뇌를 괜히 더 흔들게 된다.
사실은 그냥
아직 예열이 덜 된 것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 1~2분이 잘 안 써져도
별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집중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안 써진다고 ‘나는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지 않기

이 부분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작하고 나서 바로 집중이 안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결론 내린다.
“아, 나는 역시 안 되네.”
“오늘은 도저히 못 하겠다.”
“집중력 없는 사람인가 보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다.
그냥 아직 뇌가 적응 중일 수 있다.
아직 속도가 붙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초반 몇 분이 별로여도 그냥 계속 간다.
그 구간을 지나면
의외로 훨씬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다.
핸드폰은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있다.
핸드폰을 멀리하는 것.
우리 뇌는 하기 싫은 걸 피하려고 한다.
그건 너무 자연스럽다.
그리고 핸드폰 숏츠, 릴스, 유튜브 영상은
그 피하고 싶은 마음에 딱 맞는 도피처다.
왜냐하면 너무 즉각적으로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짧고,
강하고,
계속 다음 게 나온다.
100번 쓰기는 보상이 느리다.
숏츠는 보상이 즉각적이다.
뇌 입장에서는 당연히
숏츠 쪽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핸드폰을 최대한 멀리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손 닿는 곳에 있으면 안 된다.
보이면 더 보고 싶어진다.
알림이 울리면 더 흔들린다.
아침 시간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나는 그래서 가능하면 아침 시간을 좋아한다.
아침에 글을 쓰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생각보다 중요한 연락이 잘 안 온다는 점이다.
카톡 알림도 상대적으로 적고,
전화도 많지 않다.
세상이 아직 완전히 나를 찾기 전의 시간 같다.
이 시간에는 내가 먼저
내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정말 중요한 전화가 온다고 해도
15분 정도는 충분히 괜찮은 경우가 많다.
잠깐 놓쳤다가
“전화 놓쳤네요, 지금 확인했습니다” 하고
다시 전화하면 되는 일들도 많다.
물론 정말 급한 상황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대부분의 일은
내가 15분 집중한다고 해서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걸 알면
조금 덜 불안하게 시작할 수 있다.
100번 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시작 장치를 만든 사람
67일차까지 오면서 느낀 게 있다.
100번 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장치를 만든 사람인 것 같다.
타이머를 누르고,
핸드폰을 멀리하고,
예열 구간을 인정하고,
초반의 어색함을 실패로 해석하지 않는 것.
이런 작은 장치들이
결국 시작의 벽을 낮춰준다.
100번 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건
끝까지 다 쓰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건
첫 줄을 쓰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거창한 결심보다는
15분 타이머부터 눌렀다.
그리고 그게
결국 67일차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