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쓰기 60일차 – 잡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루는 법만 달라질 뿐
오늘 100번 쓰기 60일차를 완료했다.
60이라는 숫자를 보니까 괜히 묘하다.
두 달 가까이 같은 문장을 반복해 썼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바로 잡생각에 대해서.
100번 쓰기를 하면 잡생각이 엄청 난다

솔직히 말하면, 100번 쓰기를 하다 보면
집중이 엄청 잘 되는 날보다
잡생각이 더 많이 드는 날이 훨씬 많다.
처음에는 특히 그랬다.
문장은 쓰고 있는데
머릿속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직장에서 있었던 일,
괜히 마음에 걸렸던 한마디,
가족 관계에 대한 고민,
돈 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게 맞나?”
“나는 잘 가고 있는 건가?”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처음에는 100번을 쓰면서도
거의 잡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거 뭐 하는 거지?’
손은 움직이는데
마음은 딴 데 가 있고,
집중도 안 되고.
그래도 그냥 썼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숫자만 채우듯이.
그런데 신기하게도
60일쯤 되니까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잡생각은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한때 명상을 해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호흡에 집중하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명상을 시작하면 잡생각이 더 많이 올라왔다.
“오늘 할 일 뭐였지?”
“아까 그 말 괜히 했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호흡에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이미 생각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걸 알아차리면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또 딴 생각했네. 집중해야지.’
그런데 그 생각을 끊어내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커진다.
특히 불안한 생각,
내가 싫어하는 상황,
피하고 싶은 문제들은
먹이를 준 것처럼 더 자라난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나는 명상이 안 맞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아, 이 생각이 왔구나’라고 인정하기
그런데 어느 순간 관점을 조금 바꿨다.
생각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알아차려보자는 식으로.
‘아, 이 생각이 찾아왔구나.’
‘그래, 너 왔네.’
‘근데 나는 호흡 조금만 볼게.’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해보니
이상하게도 생각이 덜 달라붙었다.
쫓아내려고 할 때는 더 집요했는데,
그냥 두니까 스스로 약해졌다.
마치 하늘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
처음엔 거대한 구름이
하늘을 다 덮은 것처럼 느껴진다.
“와, 하늘이 완전히 가려졌네.”
그런데 잠깐 다른 걸 하고
다시 올려다보면
구름이 옆으로 이동해 있거나,
아예 많이 흩어져 있다.
하늘은 그대로인데
구름만 움직인 것이다.
100번 쓰기도 비슷한 것 같다
요즘 나는 100번 쓰기를
조금은 명상처럼 하고 있다.
잡생각이 드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라고 인정한다.
어차피 우리는 하루 종일 생각을 한다.
갑자기 100번 쓰기 시작했다고
머릿속이 조용해질 리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본다.
‘아, 손님이 오셨구나.’
‘안녕? 또 왔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생각에 푹 빠져
몇 줄을 의미 없이 쓰고 있을 때도 있다.
괜히 상상 속에서 싸우고,
미래를 걱정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곱씹는다.
그때 다시 한 번 알아차린다.
‘아, 나 지금 생각에 취해 있었네.’
‘응, 그래도 나 지금 100번 쓰기 중이야.’
이렇게 부드럽게 돌아온다.
억지로 끊어내지 않고,
몰아내지 않고,
그냥 다시 문장으로 돌아온다.
신기하게도 그러면
그 생각들이 한참 놀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너무 집중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100번 쓰기를 할 때 완벽하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의미를 담고,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완벽한 몰입 상태로.
그런데 60일을 해보니
그게 오히려 부담이었다.
잡생각이 드는 나를
자꾸 실패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100번 쓰기를
‘집중 훈련’이라기보다
‘알아차림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어디에서 불안해하는지.
문장을 반복하면서
내 마음을 관찰한다.
잠재의식에 새기는 시간
100번 쓰기는
내 잠재의식에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새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잡생각이 드는 건
오히려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 잡생각들 역시
내 안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직장 문제,
가족,
돈,
미래의 불안.
그것들이 올라온다는 건
내가 지금 그 부분에 예민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잡생각을 실패로 보지 않는다.
그냥 ‘관찰 대상’으로 본다.
60일을 지나며 느낀 것
60일 동안 깨달은 건 하나다.
잡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생각에 끌려가느냐
아니면 알아차리고 돌아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오늘도 잡생각은 왔다.
여러 번 왔다.
그래도 나는
다시 문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결국
100번을 채웠다.
완벽하게 집중해서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돌아왔기 때문에.
어쩌면 100번 쓰기의 진짜 의미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다시 돌아오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